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중, 한 작은 마을에서
신밧드의 모험
2023. 3. 30. 15:59
건조한 바람과 뙤약볕에 타고 남은 노을이 하늘을 뒤덮고 나면
마을에는 선선한 어둠과 함께 경건함이 내려앉는다
매일 저녁 빛이 닿는 모든 땅의 가정으로 새로운 평화를 나누어주겠다는 듯이 ..
이 순간만큼은 ‘지금, 여기’ 만을 생각 할 수 있게 된다.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후회스런 선택들과 같은 번잡한 생각으로 부터 보호를 받는 느낌이다.
이 날 저녁에는 자연스레 동행하게 된 한국계 미국인 분들과 저녁 바람을 맞으며
오랫동안 이러 저러 대화를 나누었다.
순례길을 마치고 온 지금, 다시금 되돌리고 싶은 몇가지 시점들이 있다.
여기에서의 시간도 그 중 하나이다.
모든 추억은 이미 지나갔기 때문에 대부분 따스하게 남아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경험의 고통이 강렬할 수록 더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것인지.. 스페인 대륙 한가운데에서의 저녁은 마치 내 인생 한가운데 어딘가 지점에 있는 듯한 생각과 오마주되어 불에 탄 노을 자국처럼 내 마음속이 진하게 남아버렸다.(오글 경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