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루트 추천, 돈 없는 여행자 버전
오스트리아 빈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 불가리아 소피아 - 터키 이스탄불/이즈미르/데니즐리/안탈리아/타수쿠 - 키프로스 니코시아 - 이스라엘 텔아비브
이 루트의 선정 기준은 아래와 같고, 무엇보다 일단 내가 직접 가본 곳이기에 개인적으로 검증을 한 루트이다.
우선 나의 여행 스타일은, 극도의 짠돌이 여행을 선호하고, 액티비티 위주보다는 세계정치와 역사에 관심이 많은 타입이다.
1. 루트의 가성비
2. 문화유산 풍부, 다양한 문화권 체험
루트의 가성비
이 루트는 키프로스-이스라엘 구간만 제외하면 모두 버스와 기차, 배편으로 이동 가능하다.
유럽 구간은 극도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alsa버스로 일찍 예약만 한다면
2~3만원 안에 도시간 이동이 가능하고,
소피아에서 이스탄불은 야간 침대기차가 운행중인데
이 열차의 존재를 아는 여행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심지어 유럽인들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스탄불내의 버스는 예전 한국 버스처럼 안내원이 같이 탑승해서 음료도 서빙하고,
좌석에는 엔터테인먼트 개인 모니터도 달려있을 정도로 쾌적하다.
이스탄불 대륙의 각지로 뻗어 있는 버스노선들이 있으며 다양한 회사들이 경쟁하여
이스탄불내에서 버스 여행은 must 이다.
이스탄불 남부 Tasucu 에서는 키프로스로 향하는 저렴한 배편이 있으며,
키프로스에서 이스라엘로는 저가 항공이 운항한다.
이 루트에서 만나게되는 도시들은 다들 물가가 저렴하고 (이스라엘 제외)
여행객들을 위한 호스텔,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옵션이 많다.
하여 나처럼 쓸데없이 교통비에 지출하기를 극도로 꺼리는 여행자들은
이 루트를 잘 활용해서, 이 기본적인 노선을 기반으로 앞뒤로 주변의 도시를 연결하여 여행한다면
국내여행보다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문화유산 풍부, 다양한 문화권 체험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합스부르크 왕가와 문화유산과 클래식 음악의 본가 답게,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국립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단돈 2유로로 오페라 스탠딩 좌석을 판매한다.
꼭 오페라 하우스가 아니더라도 도심의 곳곳에 음악가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빈 숲자락과 공원등지에서는 많은 길거리 공연들도 풍성해서, 마치 나도 애초에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마냥
고상한척 코스프레를 할 수가 있다. 그리고 많은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건질 수도 있는 도시이다.
오래된 도시 답게 밤에는 다양한 테마를 가진 pub 술집들이 있으며,
관심있는 테마로 구글 검색을 하면 색다른 밤 문화를 즐길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5시간여 alsa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이동하면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나온다.
휴양을 원한다면 더 남쪽으로 이동해서 스플리트나 두브로브니크까지 갈 수 있지만,
그 두 도시는 매우매우매우 비싼 곳이다. 거의 런던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과감히 패스하고 자그레브를 둘러보기로 한다.
옛 소비에트 연방의 국가들, 유고 슬라비아의 6개 국가들 중에서
현재 가장 자본주의의 물살이 강한 곳이 바로 크로아티아이다.
치솟는 물가와 2023년부터 유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화폐 상황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는데,
그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자부심을 갖는 자그레브인들과, 또한 급격한 화폐, 사회 변화, 이민자 유입에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혼재해 있는 상황을 보면 마치 80~90년대의 한국 사회와 같이
크로아티아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 게 된다.
세르비아의 주유소를 가보면 저녁 6시 업무를 마감하기 10분전에,
주유소에 차량이 길게 늘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세르비아는 이미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몸속에는 구 소련의 습관들이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불가리아는 조금 충격이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지구상에 이렇게 낙후된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도시의 겉 모습이 낡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모습에서 부터 시작을 하였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가리아는 재미가 있는 선택이다.
탁한 도시 매연과 보수되지 않은 잿빛 건물들, 울퉁불퉁한 시멘트 인도길. 소피아 관광은 1~2일 정도만 배분하자.
치안이 조금 걱정돼서 여기서는 호스텔대신 작은 호텔에 머물렀다.
터키는 말해서 모하나 싶다.
인류의 역사를 추적해 볼 수 있는 지질학적 유산, 초기 기독교 문화의 중심지, 그리스 문명의 유적들,
오스만 제국의 존재감, 지구의 땅이 아닌듯한 이질적인 지형(스타워즈의 촬영지이기도 함) 등
동서양 문화의 용광로라는 별명이 전혀 낯설지 않다.
터키는 아무리 오래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참고로 터키는 의료비도 어마무시하게 저렴해서 탈모 치료(모발이식 20만원)도 많이 하러 오는 곳이다.
키프로스는 그리스와 터키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키프로스는 터키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북쪽과, 그리스계가 점유하고 있는 남키프로스로 나뉘는데,
메인은 남쪽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키프로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고향이다.
이와 관련한 많은 박물관이 있다.
그렇지만 굳이 박물관에 가지 않더라도 도시 구석구석에는 이미 아프로디테가 재림해 있는 것 처럼,
지금까지 보지 못한 저 세상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 참고로 북키프로스의 항구를 통해 입국을 하면 남키프로스의 공항을 통해 출국 하는 것을 남키프로스 정부에서는 엄밀히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카더라에 따르면 거의 그냥 눈감아 준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전통적 우방의 관계에 있어 미국문화권이라 착각을 했었는데,
실제로 가서 보니 중동문화권이었다.
일단 관광객들에게 너무나도 퉁명스럽고 친절하지가 않다.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가 아니라 그냥 일반화해도 될거 같다.
원래 무뚝뚝한 문화권이라 그런가 잘 모르겠지만 암튼 마상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이슬람과 유대교의 갈등의 정점인 예루살렘사원과, 예수님이 재림시 다시 오신다고 하는 감람산 언덕을
종교에 관심이 있는 여행객들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하고,
20세기의 비극이 묻어 있는 홀로코스터 전시관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전시관은 항시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니 꼭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하자.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전쟁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료로 이용토록 하고 있다.
일단 들어가서 전시물들을 보면 구토가 날 수도 있을 정도로 적나라하고 현장감이 있다.
중간중간 다리가 풀린 사람들,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에필로그
앞서 언급했지만 이 루트는 야간 버스와 밀입국(?) 비슷한 배편, 기본 5시간 ~13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버스,기차를 포함하고 있기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과는 포인트가 다르다.
모험을 좋아하고 체력이 좋아야 가능하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비정형적인 루트이기 때문에
돌발상황을 대비한 언어능력도 조금 요구된다.
배편 같은 경우는 사전에 예약하는 등의 스킬이 필요하므로
초보자들이 따라가기엔 여러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음을 밝힌다.
위에 소개한 교통(야간기차, 키프로스 페리, 터키 내륙 버스, 자그레 alsa 야간 버스 관련 자세한 정보는 추가 포스팅에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