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느샌가부터 사는 '재미'가 없어진 것 같다.
여행을 가는 것도, 새로운 취미를 갖는 것도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관심이 없어졌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라기 보다는
이 행위의 끝이 공허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아서일까.
예전에는 소설책이 그렇게 재밌었다.
이제는 논픽션이나 시사 매거진 경제 코너 정도만 본다.
그리고 유투브를 보며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빠르게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에만 관심이 간다.
좀 더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 영원한 것, 무언가 궁극의 자유에 닿을 수 있는 것.
한 5년전 즈음엔 돈이 그러한 갈증의 많은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을 걸로 생각이 됐었다.
그래서 온통 재테크며 주식이며 하다가
운이 좋게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돈을 벌게 되었는데
최근의 장기 여행을 하면서 생각도 많이하고 확실히 느낀 것이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은 너무 일부분이고 비본질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일은 너무나 정신적인 소모가 크다.
최근 20대의 젊은 친구 한 명이 퇴사를 했는데
나는 일 면 그 친구가 이해가 된다.
예전엔 책임감 없이 대충 하는 시늉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짜증이 났었지만
요즘은 나도 그 입장이라면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해가 된다.
적은 월급, 요구하는 수 많은 의무들, 나를 평가하는 시선들..
일본의 히키코모리들처럼 이제는 한국의 젊은이들도
고도화된 현대의 자본사회가 가진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감과 폭력성을 감지하는 것 처럼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삶의 양식들을 보고 경험한다면
무언가 세상을 보는 식견도 넓어져서
인생의 자신감도 생기고 할 줄 알았다.
매일 반복되는 이 도시에서 벗어나 저 미지의 나라에 가면
새로운 즐거움들이 기다리고 있고
새로운 전환의 기회? 의미?로 다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다녀본 50개 정도의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다 똑같았다.
똑같은 자본주의 사회의, 똑같은 외로움, 똑같은 압박들과 대면했을 뿐이다.
하여 본질적인 어떤 것을 얻지 못한다면
공허함의 굴레,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 인생의 덧없음과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그 몇 년 동안 느낀 것 같다.
대충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하면서
스스로 답을 정하지 못하고 넘어가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게 안된다.
내 나이 41살.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라는 질문과 나는
외나무 다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대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