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도시 국가, 싱가포르
세계 1위 공항의 명성에 비해 비교적 소박한 모습을 한 창이 공항에 사뿐히 비행기가 내려 앉으면 국제공항이란 어때야 한다라는 것을 창이 공항은 우아하게 그 탑승객들에게 알려준다. 인천공항이나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 공항 처럼 삐까뻔쩍한 시설들로 위용을 자랑하고자 하는 여타 공항들에게 창이공항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국제적 공항이란 그저 탑승객들이 명확하고, 편안하고, 가장 짧은 이동동선을 제공하면서 다음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면 그걸로 평가 받는 것이라고"
싱가포르에 첫 발을 디뎠을 때 나의 느낌은 도시가 깨끗하다, 사람들이 친절하다 이 두가지 였다. 도시는 깨끗할 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하게 잘 정돈 되어있었고 전 세계의 사업가들과 관광객들을 유치하고자 했던 리콴유의 정신이 아직도 살아 숨쉬는 듯 고객들 대하는 사람들은 활기와 친절이 몸에 베어 있었다.
싱가포르는 아열대 지방 중에서도 사방이 뜨거운 바다로 둘러 싸여 아무런 지리적 가치도 없었던 땅이었다. 영국은 이 땅을 처음으로 점령하여 개발하였고 세계 2차 대전의 후반부에는 일본에 빼앗기면서 싱가포르인들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중국과 버금갈 정도로 무자비한 식민 통치가 있었음에도 지금 이 땅의 사람들은 과거는 과거일 뿐, 중요한건 현재의 번영이지 라는 생각을 가진 듯 과거에 대해 무관심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전체 인구의 4분의 3이 중국계 인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제도시로서의 경쟁력이 10년 전보다도 훨씬 올라오고 있는 일명 '달리는 말' 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외국 자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도시간 경쟁에서 싱가포르는 홍콩을 압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국제학교와 대학이 싱가포르에 있으며 1인당 GDP는 세계 3순위 안에 든다. 화교들은 홍콩 대신 싱가포르를 택하여 아파트를 투자하고 있는 것이 2025년 현재의 모습이다.
나 자신도 사실 싱가포르는 3번째 방문하는 것이었는데 세번 모두 업무상 출장이 목적이었다. 가장 권위있는 항만/방산 분야의 전시회는 거의 대부분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MICE 산업을 하나의 산업군으로 키우고 정립한 것이 바로 싱가포르이기도 하다.
리콴유의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길에서의 선택, 전제 정부로서의 그 집중력으로 싱가포르는 과거에 연연할 여유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마리나베이샌즈에게 그 유명세에서 밀렸겠지만, 그 호텔의 호수 건너편에 있는 파당 지역은 일본군인들이 패배한 싱가포르의 정부인들을 무참히 몰살시킨 장소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역사의 모든 중요한 재판들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래서 파당 지역으로 가면 이와 관련한 다양한 기념비, 추모비, 박물관 등이 있다. 이렇게 역사적 비극이 있는 장소를 가면 가끔 서늘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금의 싱가포르는 너무나 평화롭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경제적, 환경적 환란에도 싱가포르는 끄떡 없다는 듯 독야청청 혼자 우아를 떨고 있다. 그 뒷 배경으로는 화교들의 두둑한 자금 유입과 싱가포르 정부가 슬며시 숨기고 싶어 하는 인근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 세계도 노예와 같은 노동자들이 그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 도시 구석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곳곳에서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하나 추천해 주자면 Laksa !
창이공항 싱가폴에어라인 라운지에도 있고 도시 곳곳에서 맛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