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오타와는 참으로 쌩뚱 맞은 곳에 있다. 미국의 수도와는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 캐나다의 경제도시인 밴쿠버나 토론토와는 또 사뭇 멀다. 사실 그러고보면 캐나다라는 나라자체가 원래 좀 쌩뚱 맞은면이 있다. 미국처럼 자유분방한 버터향이 흐르는 영어를 하는걸 보면 그쪽인가 싶다가도 또 프랑스어로 음식을 주문하는 몬트리올 지역을 가면 이곳은 엄격한 나폴레옹의 성문법을 준수해야 하는 곳 같아 몸가짐을 바르게 하기도 한다.
영연방임을 알리는 각종 유럽스러운 건물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양한 국기들이 펄럭거리고 캐나다연방정부니 온타리오 정부니, 퀘벡 주정부니 하는 행정주체들이 어지럽게 중복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대충 타협하고 대충 양보하며 국정을 이끌어가는 어중간함이 바로 캐나다인 것이다.
그렇지만 캐나다에는 캐나다만의 부정못하는 혁신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오타와 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이다. 그 강은 바로 그 거대한 온타리오호에서 줄기쳐 나온 강의 일부인데 그 퍼런 강은 등줄기를 서늘하게 할 만큼의 깊은 푸른빛을 띄고 있으며 떨어져 물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위압감과 동시에 햇빛을 잘게 부수어 어여쁜 광경들을 선사해 주곤 한다.
캐나다에는 토착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 있는데 마치 한국의 메가커피 같은 포지션이다. 아메리카노가 단돈 2달러 정도 밖에 안하는 데, 커피 맛이라는 것이 참으로 주관적일 수 밖에 없겠지만 나는 온타리오호를 바라보며 캐나다의 청량한 하늘 아래서 마셔서 그런지 이 커피가 내 인생에서 마신 커피중 가장 맛있었던 커피였다. 그래서 수 년 후 팀홀튼이 한국에도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반가웠지만 그 가격이 거의 스타벅스 가격과 비슷한 것을 보고 포기했다. 당시 팀홀튼 커피가 맛있었던 이유는 그 마신 장소가 캐나다 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라고 자위하며.
온타리오호를 좌측에 끼고 오랫동안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 (진짜 토나오게 열 몇 시간을 탔던거 같다) 나이아가라폭포가 나온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저쪽 건너편은 미국땅이고 이쪽편은 캐나다땅이다. 나이아가라폭포의 경관은 캐나다 쪽에서 보는게 좀 더 멋있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간단한 검문소를 거쳐 캐나다로 넘어 오곤한다. 심지어 캐나다에서 장을 보고 가기도 한다!!. 거기서 우연히 한국인 유학생을 만났는데 미국 뉴욕에서 당일치기로 이 폭포 보러 왔다고 한다. 뉴욕에서 버스를 타고 10시간인가를 왔다고 한다. 젊음이 좋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세계 3대 폭포 중 선진국에 있는 유일한 폭포이다. 하나는 브라질의 이과수, 또 하나는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이다. 이 세 폭포 모두 서로 두 나라의 국경을 끼고 있는게 재밌다. 나는 이과수랑 빅토리아는 안가봤지만 안가봤어도 단연코 나이아가라폭포가 이 지구상 최고라고 하고 싶다. 일단 수기가 엄청나다. 직장 스트레스와 대인관계로 많이 항진되어 있는 현대인들은 단순히 나이아가라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백회위로 따뜻하게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폭포음을 직접 들으며 하루를 묵을 수 있는 호텔들이 폭포 주변으로 서 있고 이 주변에서 채취되는 각종 베리류로 구성된 아침식사를 즐길 수 있다. 호텔은 돈이 좀 비싸더라도 무조건 메리어트 호텔 (폭포뷰)로 잡기를 추천한다. 나이아가라의 폭포안에서 하루 밤을 자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객실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메리어트 호텔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방문하는 이유를 잘 지지해준다. 나도 여러가지 회사일로 많이 힘들었던 시기였는데 이곳에 와서 정신적으로도 많이 치유를 받은 느낌이었다. 원래는 1박만 하고 한국으로 귀국해야 하는 일정이었는데 너무 좋았던 나머지 2일을 더 자비로 연장해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충분히 느꼈다.
한 가지 불편한 것이 나는 에어캐나다를 이용했는데 오타와로 들어왔으면 반드시 오타와로 출국해야 한다는 이상~~~한 규정이 있어서 다시 그 머나먼 오타와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바로 옆 토론토에서 출국하면 좋을거 같은데 (왜냐하면 어차피 에어캐나다는 오타와-토론토-인천 이 노선으로 가기 때문에) 나폴레옹의 영향인지 이상한 원리 원칙을 고집하는 바람에 굳이 굳이!! ㅠㅠ 눈물을 머금고 다시 오타와로 돌아갔다.
오타와의 공항은 매우 작다. 일찍들어오면 별로 할 것이 없다. 스얼라운지에 들어가봤는데 조용하고 단정하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음식의 종류도 많이 없다. 단촐하지만 정갈한 구성에 라운지 입구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The world needs more Canada"
캐나다인의 관용성, 이해심, 배려심을 빗대어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나는 캐나다인들에게는 이 모든 미덕들이 있음을 다 인정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이룬것이 아니라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도 동시에 알기를 원한다.
라운지에는 캐나다산 와인들과 유명 브랜드의 위스키들도 잘 display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