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양평에서는 밤하늘이 유난히 가까웠다. 늦은 밤 시골길을 따라 교회에서 돌아오며 하늘을 올려다 보면 별들은 함박 손에 닿을 듯 또렷했다. 그때의 나는 별을 보면 이런 느낌이 들었다. 검푸른 장막이 우주를 덮고 있고, 그 검은천에 난 수많은 작은 바늘구멍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온다고... 그래서 밤 하늘을 보는 나의 시선은 주로 검은 '배경'에 더 머물러 있곤 했다. 한 20년쯤 지났을까 내 나이 서른 중반쯤 그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과학자를 알게 됐다. 그 과학자는 말했다."밤 하늘의 주인공은 별이 아니라 더 많은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는 어둠이며, 별들은 그저 거품처럼 부유하는 파편들이다"어둠이 바다라면 별들은 잘게 부숴진 거품 정도이고 또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인 우리들은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