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콤포스텔라로 가는 순례길은 여러가지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길이다.
초보자들은 그냥 프랑스길을 가면 된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갈 수 있어서 유사시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북길(north path)는 산지지형이라 경관은 멋지나 매우 힘들다고 들었다.

보통 이런 동이 틀 무렵 숙소를 나온다.
대략 5~6시 쯤이면 사람들이 하나둘 나가기 시작하고,
7시에 느릿느릿 일어나면 숙소에는 혼자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찍 출발하면 아무래도 이점이 많다.
다음 도착지까지 다른사람들보다 먼저 도착하면 더 좋은 알베르게에 묵을 수도 있고
빨래라던가 sns활동, 식사, 소도시 구경과 같은 정비의 시간도 여유롭게 확보 할 수 있으며
체력이 많이 떨어진 사람들은 이동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무리에서 많이 뒤쳐지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이유는
바로 뜨거운 스페인의 태양을 조금이라도 더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월 날씨 기준으로 오후 12시 정도면 태양열의 존재감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2~4시 사이에는 피부가 파괴되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하루에 보통 30km 정도를 걷고 컨디션에 따라 10km를 플러스 마이너스 하는데
30km를 걷는다하면 보통 2시에는 다음 알베르게에 도착 할 수 있다.
새벽 기상이 괴롭더라도 이점이 많기에, 새벽 이동은 필수 이다.

중간중간 이렇게 작은 음료점/스낵바가 배치되어 있어서
굶어죽을일은 없다. 나는 배낭의 음식은 최소화하고 탈수방지를 위한 물은 500ml 한 병정도 넣고 다녔다.
오히려 음식과 물을 너무 많이 넣고 다니면
체력이 그것을 견딜 수가 없다.

한 없이 걷다보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번잡한 속세를 떠나 도인이 된 듯한 카타르시스 한방울..크..
청승을 떨어볼 수 있다.

물론 매일 반복되는 강행군과 끝없이 이어져 있는 길과 태양볕을 견디며 걷는 것은 고통이다.
산티아고순례길을 간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고통스러운 경험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3분의 1 정도 지점에 도달하였을때, 같이 시작했었던 20명의 친구들 중 절반이 중도 하차를 했다.



그렇게 33일의 여정이 끝나고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면 저 성당 바닥에 껌딱지 마냥 주저앉게 된다.
그리고 그간의 여정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지나간다.
힘들었던 만큼 기억이 강렬하게 남는다.

보통 콤포스텔라에서는 하루정도 더 할애하여
그간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파티를 하기도 하고
혼자 조용히 사색을 하며 도시 구경도 하고 한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여
거지꼴이 된 용모를 좀 다듬고
스틱과 같이 버릴 물건들은 버리고,
찢어진 신발은 수선을 하고,
산티아고 우체국에 맡긴 짐을 찾는 등의 정비를 했다.

나보다 하루이틀 늦게 도착한 친구들도 기다렸다가 간단하게 작별인사도 나누었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의 이발소를 찾아가보았다.
열심히 깍아주어 고맙긴 했지만 내 스타일은 아닌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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