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중 들른 인류사 박물관

신밧드의 모험 2023. 3. 30. 15:37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자체가 오래된 지형이라 많은 인류사의 시간들이 땅속에 묻혀있다.
순례길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긴 인류사 박물관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유이다.
그 중 부르고스에 있는 인류사 박물관은 꼭 들려 볼 가치가 있다.

이 박물관이 독특한 이유는
인류사의 사건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까지도 상세히 정리를 해 놓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700 만년 전에는 무엇이고 지금은 사피엔스이고 하는 분류가 아니라
어떻게 유골이 발견되었고 어떤 근거로 어떤 인종으로 추정하고 있는지를,서로 의견이 다른 인류학자들의 개별 입장들도 정리를 해놓은 것이 흥미롭다.

규모 자체가 엄청 크거나 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내용은 알차다. 시간을 충분히 할애해서 방문하는것이 좋다.
부르고스에 도착하는 순례자라면, 그날 새벽 일찍 출발해서 부르고스에 12시에는 도착할 수 있게 설정하길 추천한다.
12시에 도착해서 1시간 빨래하고, 1시간 밥 먹고 2시쯤 방문하시라.

찰스 다윈이 그의 저서 종의기원을 저술하기 이전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탐사를 하는 과정까지 재구성해놓았다.
그가 탔던 범선의 내부 모습까지도 재현하고, 그의 메모까지도 보존해 놓았는데, 
한 인간으로서 미지의 세계를 알고 싶어하는 발견으로의 욕구를 대리만족 할 수 있게 된다.
오랫동안 이 박물관을 둘러보다보면 나 역시 그들의 모험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된다.

 

평생 이렇게 오래 걸어 본 경험이 있었나 싶다.
경로중에는 다양한 풍경을 마주한다.
저 스틱은 순례길을 시작하는 프랑스의 생장드포흐에서 2만원 정도에 구매했다.
한달 동안 잘 쓰고 버리고 오면 된다.
비싼 스틱을 가져가면 분실 위험도 크고, 망가질 수도 있고, 항공사에 따라 소지하고 탑승이 불가하기도 해서
그냥 데카트론이나 거리의 샵에서 구입하는게 좋다.
 

중간 중간 스낵과 커피를 파는 동네 가게들이 위치해있다.
순례자들 수가 많아서 경제에 도움이 될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봤을때는 순례자들은 다들 돈을 잘 안쓴다. 극도의 짠돌이들이 많은듯 보였다.
음식 재료를 마트에서 사다가 숙소에서 요리해먹는 사람도 많고..
그냥 얼마 안하는 돈이니 그냥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소비를 해주는게 모양새가 좋을거 같다.

생장에서 부터 부르고스까지 오면서 알게 된 스페인 친구들인데
이들 중 두명은 이곳 부르고스에서 중도 하차하기로 하였다. 발목 부상과 체력 소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