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노트

달과 6펜스, 꿈과 냉정한 현실사이..

신밧드의 모험 2023. 4. 17. 22:41

 

 

달과 6펜스

이 책은 지난 30년간, 나의 무수히 많은 이사를 견디고 

내 책장에서 마지막까지 살아 남아있다.

이제는 줄거리 마저 가물가물하고, 표지는 라면스프에 오염이 된 상태지만

나는 도무지 이 책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내가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중학교때 읽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

몸의 이 소설은 그 후로 줄곧 가슴속에 깊이 남아

마흔살이 된 지금까지, 내가 직장을 구하거나 학업을 하거나

언제나 크고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 든든한 등대가 되어주었다.

 

많이들 알려져 있듯이 달과 6펜스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고갱'을 주인공으로 하는

관찰기 소설이다. 몸이 이 소설을 쓴 시기는 세계대전 중이었고

그 와중에 고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몸소 남태평양의 타이티 섬을 찾아 헤매였다.

그 작가의 인생도 고갱의 영혼과 닮아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작가의 숨결에 푹 젖어들게 만든다.

 

달과 6펜스라는 제목에서 달은 인간의 이상향을 표현하고,

6펜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표현한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이상향을 추구하며 살지만

문득 우리의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면 달랑 6펜스만이 쨍그렁 거리기 마련이다.

 

고갱은 타이티 섬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은 것으로 간략히 세간에 알려져 있다.

고갱은 그를 화가로서 명성을 쌓아준 프랑스를 떠나, 아무도 그를 알 수 없는 타이티 섬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는 한 원주민 여인과 결혼을 하고

그림이라는 이상향과 현실의 고통사이에서 치열한 갈등을 겪는다.

 

이 책을 읽은지 오래되어 그 줄거리가 세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고갱처럼 인생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을 했던 것 같다.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나의 주관대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쫒으며

동시에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가질 것.

이 책은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직장생활을 하는데까지 나의 삶의 태도를 규정해 왔고

항상 따뜻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지침이 되어주었다. 

 

어느집에나 한구석에 꽂혀 있을 법한 달과 6펜스

당신이 나이가 어리거나 나이가 많거나

인생의 어느 지점에 있든지

한 번 쯤 집어 들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